마케터의 레퍼런스 콘텐츠를 쓸 때마다 고민이 있어요. 많은 마케터에게 도움이 되려면, 구체적이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사례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 라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조금씩 다른 일을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이자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이잖아요. 평소에 흥미롭게 본 콘텐츠 안에도 배울 점이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이런 짤을 봤어요.
이탈리안 브레인룻 밈을 활용한 콘텐츠였는데, 큐레터 톡방에서는 "차라리 투랄랄레로 표랄랄라가 나았다"는 이야기도 오고 가며 재미있게 봤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여기서 확신을 얻었죠. 일상에서 봤던 콘텐츠들도 마케터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요.
그래서 오늘은 큐레터 에디터가 흥미롭게 봤던 콘텐츠들을 모아 왔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딱딱한 틀에서 살짝 비틀어진 콘텐츠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저희도 틀을 살짝 벗어나 보기로 했어요.
이름하야, 큐레터 에디터 마음대로 시상식!🏆
싼 게 비지떡 상🏆
- 라이언 에어(Ryanair)
아일랜드의 항공사 브랜드 '라이언 에어'는 틱톡을 재밌게 운영해요. 좌석이 좁다거나, 수화물 제한이 있는 등 LCC(저비용 항공사) 특유의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공감하면서 유머로 풀어내는 방식이죠. 전통적인 항공사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라이언 에어는 틱톡 콘텐츠를 '날 것'그대로의 느낌으로 만들고, 솔직한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여기다 마무리에는 LCC의 저렴한 강점을 강조해요. 마치 '너 불편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싸게 여행가는 거야. 어때?'라고 얘기하는 것처럼요. 양면의 메시지를 모두 보여주면서 신뢰도와 설득력을 높여요.

잘못 불러도 좋아 너라면 상🏆
- 치폴레(Chipotle)
유튜브 채널 '방탄TV'에서는 <치폴레와 함께한 점심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BTS의 정국은 무대를 마친 후, 점심 식사에서 '치폴레'의 음식을 먹으면서 이름이 헷갈려 "치콜레?"라고 말했어요.
이 소식을 접한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 '치폴레'는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을 '치콜레(Chicotle)'로 바꾸고, "지금부터 우리는 치콜레"라며 게시물을 올렸어요. BTS의 영향력을 고려해 실수를 재치 있게 풀어낸 거죠. 이외에도 치폴레는 SNS 운영을 재밌게 하기로 유명해요.

흑역사, 그건 우리 서사예요 상🏆
- 오틀리(Oatly)
귀리 음료를 만드는 스웨덴의 회사 오틀리는 비난 받는 웹사이트 'Fck Oatly'를 만들었어요. 이 웹사이트는 접속하면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A time machine of all things bad about an oat drink company
- 귀리 음료 회사의 문제점을 모아둔 타임머신 같은 곳
회사의 잘못된 점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이 사이트는 오틀리가 받았던 비판을 한 곳에서 편리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스크롤을 내리면 진행했던 소송이나, 논란이 된 사항 등을 타임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죠. 오틀리는 이런 순간을 숨기거나, 외면하지 않고 적극 수용한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킵니다.

욕먹던 밈으로 박수 받기 상🏆
- GS25
GS25와 제일기획은 여름철 물놀이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라이프가드 스낵’을 출시했어요. 바다, 수영장 등 물놀이 사고 환자 중 약 30%가 9세 이하라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봉지 과자를 물놀이 안전 용품으로 만든 거죠.

예전부터 봉지 과자의 ‘질소’ 포장에 대해서 내용물이 너무 적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질소과자로 한강을 건널 수 있다는 말도 있고요. 이 부분을 오히려 안전 사고 예방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여요.
이런 걸로 웃으면 안되는데 상🏆
- 아임굿
가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몸으로 웃기는 게 가장 기본적인 재미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해요. 이른바 원초적 재미죠. 릴스, 쇼츠와 같은 숏폼 형태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확 잡아 끌 수 있는 재미 요소가 필요해요. 유튜브 ‘아임굿’ 채널의 쇼츠는 저에게 원초적 재미를 주는 콘텐츠였어요.
‘동물용 바닥재 현명히 고르는 법’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쇼츠는 언뜻 보면 정보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광고예요. 그럼에도 웃으며 볼 수 있는 이유는 아임굿 채널이 가진 재미 때문이죠. 이미지가 조금씩 움직이는 형태와 영상을 결합한 듯한 편집, 망가지는 걸 두려워 하지 않는 출연자의 코믹 요소, 어딘가 어긋난 음정의 목소리 더빙까지. 화려하지도,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이 요소들이 어우러져 원초적 재미를 만들어요.
게다가 애완용 개구리와 도마뱀을 홍보한다는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되는데요. 2만 기념 QnA에서 영상을 찍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잠재고객 확보가 목적이었으나, 재미들려서 취미가 되었지요.”라고 답하는 걸로 보아 파충류 산업이 활성화되면 더욱 커질 수 있는 채널로 보여요. 아직 06년생이기도 하고요.
여기 출연하면 대박일 상🏆
- bbomni 뽐니
유튜브에서 패션, 뷰티,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컨셉 중 하나는 바로 추천이에요. 직접적으로 ‘이 제품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장이 쓰는 건 이런 거다’라며 간접적으로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연예인들의 왓츠 인 마이백이 대표적이죠. 이 안에는 실제로 쓰는 물건도 있겠지만, 광고도 왕왕 있어요.
이와 비슷한 형태로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파우치 털기’ 콘텐츠를 메인으로 두고 있는 유튜브 ‘bbomni 뽐니’ 채널이에요.

소개에도 적혀 있듯, 숨은 꿀템을 발굴하고 무엇보다 시청자가 원하는 포인트를 콕콕 잘 집는다는 점에서 기획력이 탄탄한 유튜브 채널이라는 생각이에요. 특히 대부분 30~50분의 긴 영상임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는데요. 그 안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있다고 봐요.
첫 번째, 신뢰가 있어요. 파우치 털기 콘텐츠의 주인공은 청담샵 원장님, 에스파의 메이크업 담당자, 뷰티MD 등 화장품을 잘 알 수밖에 없는,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이들이에요. 업무에 쓰는 실전용이기 때문에 신뢰가 높죠. 여기에 더해 내가 추구하거나, 나와 비슷한 피부 톤이라고 예상되는 연예인들이 실제로 어떤 제품을 쓰는지 알 수 있어요. 이런 컨셉은 시청자로 하여금 정말로 ‘꿀템’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주죠.

두 번째, 시청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어요. 영상에서는 서로 대화하는 형태로 콘텐츠가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적절한 섭외와 질문이 빛을 발해요. 예를 들어 걸그룹이 무대를 할 때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메이크업을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이런 제품을 쓴다고 말해주는 거예요. 시청자는 무대를 서진 않더라도 땀이 났을 때, 메이크업에 대한 비슷한 고민이 있을 때 등 적절한 제품을 찾을 수 있게 된 거죠. 미리 허락을 맡고 제품의 발색을 보기 위해 대부분 직접 발라서 보여준다는 것도 시청자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이고요.
이런 컨셉과 기획 덕분에 시청자들은 유용함을 느껴요. 비슷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일방적이고 딱딱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솔직하고, 친근한 표현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채널은 시딩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해 두었지만, 마케터 출신 큐레터 에디터는 뷰티 마케터가 만일 여기에 약간이라도 홍보할 기회가 있다면 달려 나갈 것이라 얘기하기도 했답니다.
MZ력 폭발 상🏆
- 하나투어
하나투어 공식 유튜브 채널의 ‘무해한 여행’ 시리즈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은 내레이션, 이상한 번역(?), 밈을 적극 활용하는 더빙과 자막으로 특히 MZ세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첫 화는 호주의 로트네스트 섬에서 여행하는 내용인데요. 귀여운 쿼카(큐레터의 마스코트이기도 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하나투어의 여행 상품을 홍보하는 형태예요.
댓글은 담당자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인데, 이런 콘텐츠를 허락해준 하나투어에도 좋은 이미지가 생긴 듯 보여요. 여행 상품에 대한 홍보에 더해 다소 오래된 기업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가졌던 하나투어의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한 거죠.
그렇게 무해한 여행 시리즈는 뜨거운 관심 덕에 총 3편까지 나왔는데요. 콘텐츠도 그렇지만, 인상 깊은 댓글도 많아요. 영상 안에 해당 여행 상품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호주 여행 비용을 알아보고 있다거나, 여행사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딱히 없었는데, 이제 하나투어가 떠오른다는 댓글 등이죠. 여기다 담당자 인센주라는 댓글에만 좋아요를 누르는 등 업로드 이후에도 꾸준하게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돋보여요.
최근 2025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하는 영상도 반응이 좋아요.
본캐보다 더 진짜 같은 부캐 상🏆
- 핫이슈지
유튜브에는 리얼한 부캐 콘텐츠로 재미를 주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요. 최근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개그우먼 이수지의 ‘핫이슈지’ 채널이죠. 제이미맘(대치동 학부모), 슈블리맘(공동구매 인플루언서) 등 사회적으로 형성된 캐릭터를 풍자하는 연기가 특징이에요.
최근에는 슈블리맘으로 인플루언서들의 사과 장면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자숙 후 돌아왔다는 컨셉으로 촬영한 이 영상에서는 악플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면서도, 자숙 중이어서 자숙 문어, 자숙 새우를 틈틈이 먹었다는 둥 리얼함과 코믹 요소를 잘 섞어서 사용했어요. 제이미맘을 연기했을 때에는 영상에서 입고 나온 몽클레어 패딩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쏟아져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답니다.
핫이슈지 채널에 업로드되는 콘텐츠들은 모티브로 삼아지는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풍자인지, 조롱인지에 대한 논란이 함께하지만요. 조회수가 수십~수백만 회에 달할 만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여요. 이외에도 SNL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여러 부캐를 만들어내고, 웃음을 자아내는 만큼 기획력과 창의력이 뒷받침된 사례라고 생각해요.

인스타로 영화를 본 것 같다 상🏆
- 신세계
신세계 공식 인스타그램(only_shinsegae)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와 카리나가 등장했어요. 자세한 내용은 큐레터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요.
요약하자면 크리스마스가 되는 시기에 맞춰서 산타와 에스파의 카리나가 계정을 해킹한 컨셉으로 운영한 거예요. 재밌고 참신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았죠. 마지막에는 카리나가 산타가 된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면서 ‘누구나 산타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줬어요. 딱 하나 하나의 콘텐츠를 보면 무슨 의미인가 싶다가도 전체 스토리를 탄탄하게 짰어요.
그리고 유사한 컨셉으로 만우절에는 SSG닷컴의 뷰티 전문관 인스타그램 계정(@bossg__)에 차은우가 등장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팅팀 막내 펠릭스라는 컨셉인데요. 자신은 절대 차은우가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차은우인 펠릭스는 이 계정을 통해 팔로워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워낙 수려한 외모로 팬들의 인기는 물론, 실제 차은우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든지 등 재치 있는 게시물들까지 리얼함과 허구 사이의 선을 잘 탔어요.

재밌게 보셨나요? 솔직히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컨셉의 콘텐츠들도 많을텐데 꼭 이럴 때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다음부터는 꼭 적어두는 습관 길러서 더 알찬 마케터의 레퍼런스 코너로 보답할게요.
혹시 이렇게 큐레이션 형태로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곳저곳 싹싹 뒤져가지고 마케터가 진정 필요한 콘텐츠로 잘 써오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큐레터와 아이보스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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