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직원분들과 요즘 자주 하는 이야기는 '여력의 문제'입니다. 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에 다행히 제가 다니는 회사는 이런 저런 '기회'들을 많이 접하게 되어, 그 기회들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지요. (굉장히 작은 회사라서 그런 점에서는 이 기회들은 소중합니다)

그런데 운이 좋으면서도 나쁜 것은 기회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3개 정도 제안을 주면 (성사되지 않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기회들을 살려보겠는데... 한 15~20개가 한꺼번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 모든 회사가 그렇듯 좋은 기회라고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한 투자를 섣불리 진행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사람을 뽑을 수도, 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은 어렵죠. 물론 제가 다니는 회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쉽지만, 이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직원분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추석 전까지 계속 그런 얘기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선택과 집중의 실제 해결책으로 무엇이 나왔는지 아세요?

주문처리, 배송 및 CS의 일부를 맡고 있는 직원분의 경우, 외근 없이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분이 주로 주문, 배송, CS하는 오후 2~4시에 도와주자...적극적으로! ==> 뭔가 거창한 주제에 비해 결론은 왜 이래? 이런 생각이 드시나요? 저도 처음 10분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창한 문제의 해결은 결국 사소한 것에 있구나...하고 점점 깨닫게 됩니다.

작은 회사이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장님 혼자가 아니라 가능하면 모든 직원이 생각하고 이야기해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작은 회사라서 가능한 건가요?^^) 어쩌면 사장님은 직원들이 하자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서 일이 많아지다 보니 ...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지고 / 서로의 업무를 돕는 시간도 점점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회사라서 니 일, 내 일 구분하지 말아야 할 때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일을 돕는 차원에서 그 분의 일부터 덜어드리는 실천안이 나온 거죠.

이런 식으로 각자의 일 중에서 같이 하면 빨리 끝내고 더 좋게 끝낼 수 있는 것들을 정하고 있구요. 어떠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이 보는 눈이 정확할 수 있어서...)

이렇게 해도 찾아온 '기회'들 중에 어쩔 수 없이 못하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서로 배려한다고 해서 확보할 수 있는 폭에는 한계가 있죠. 그 때 필요한 게 그 동안 쌓아온 '자산'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건강식품을 파는 것이라 그 식품이 왜 나에게 기능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잘 설명해야 하는데요. 가끔은 그 설명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식품일수로 더 그렇죠) 그래서 말로, 글로 겨우겨우 그런 자료를 준비해놓았더니 --> 요즘은 그걸 이미지로 쉽게 바꾸어 주세요, 동영상으로 만들면 더 좋을 거 같아요...이렇게 말씀하시네요. ㅋ

그런데 몇 개월 전에 '자료를 많이 모은 건 아니지만, 이미지나 동영상도 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거든요, 거의 모든 직원이. ㅠㅠ 그 때를 떠올려봤자 아쉽기만 할 뿐이고 지금 준비하느라고 요즘 힘들죠. ㅎㅎ 그런데 어떤 직원분이 이러시는 겁니다. "그 자료라도 안 모았으면 어쩔 뻔 했어요."... 이 말에서 회사가 '무형의 자산'을 쌓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바로 깨닫게 됐습니다. 진짜 머릿결이 쭈삣 서는 느낌이었죠.

참 좋은 며칠동안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밀렸던 대화, 업무의 어려운 점을 털어놓으면서 말이죠. 결국 답은 사람에 대한 배려 (고객만 왕이 아니라 여기서 일하는 나도 왕이다) / 무엇보다 시간을 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근데 사장님이 옆에서 이러시네요. "그래도 돈을 벌어야 회사가 안 망한다. 잘 해라." ... ㅋㅋㅋㅋ 이것 역시 진리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