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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인기 탑승한 이색 이벤트 증가, 유행은 영원하지 않다 😧

2024-11-18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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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꾸준히 TV나 유튜브 등에서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러닝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다 보니 요즘엔 온 채널에 '러닝' 관련 이야기가 가득한 것 같아요.


마라톤과 같이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기록과 순위에 상관없이 뛰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일상 속의 러너들도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이런 재미로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펀 러닝(Fun running)' 족이라는 이름을 붙이더라고요. 


이렇게 러닝과 관련한 키워드가 부상하면서 최근에는 일반적인 러닝 관련 대회부터, 펀 러닝족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색 러닝 이벤트가 많아졌죠.


그래서 오늘은 국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색 러닝 이벤트들을 알아보고, 이런 스포츠 활동이 주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우선 기업들이 진행하는 이색 러닝대회 이야기입니다!


사진: 디즈니코리아 마블런 서울 2024


최근 인기를 끌었던 이색 러닝 행사로 디즈니코리아가 10월 9일 진행한 '2024 마블런 서울' 이야기를 해볼게요. 먼저 이 행사는 5km와 10km 구간을 달리는 이벤트인데, 남녀노소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었어요.


그리고 베놈 리더스 그룹과 페이스메이커를 함께 운영한 것도 신선했는데요. 여기서 베놈 리더스 그룹은 10월에 개봉한 디즈니의 영화 '베놈 라스트댄스' 테마에 맞춰서 10km 선두에서 출발하는 그룹을 의미하고요. 페이스메이커는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록을 경신하고, 완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5분 단위로 투입되는 방식으로 운영됐어요. 


디즈니답게 행사 현장에는 대형 마블 캐릭터 피규어부터 레이스 종료 후 러닝 기록을 인증하는 '마블 레코드 월', 각종 굿즈 판매 장소가 구비됐습니다. 모든 참여자들은 마블 러닝 티셔츠, 양말, 선스틱 등을 받을 수 있었고요.


2024 당근 레이스 (사진: 당근)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서도 전국 러너를 위해 '2024 당근 레이스'를 개최했어요. 일반적인 대회와 비슷하게 단거리부터 일반적인 거리까지 총 4개 구간, 2km, 5km, 7km, 10km 구간별 레이스로 진행됐죠. 특이한 점은 반려견과 함께 거리에 상관없이 뛸 수 있게 하는 '멍멍런' 이벤트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2024 배민 장보기 오픈런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4 장보기 오픈런'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달리기와 장보기를 결합한 형태의 러닝 행사였어요. 참가자들이 러닝 코스 내, 다양한 제품이 진열된 팝업 공간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원하는 물건을 담은 뒤 5km를 완주하면 장바구니 제품을 모두 갖게 되는 거죠. 팝업 공간 내에는 음식, 생활용품, 음료를 비롯한 20여 개 브랜드, 6만여 개의 상품이 진열돼 있었어요.


이 행사는 출발지의 '득템존'에서부터 뛰다가 장바구니를 내려놓을 수 있는 '무소유 카트존'을 비롯해 '타투 스티커 포토부스 체험관' 등을 마련해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게 진행됐습니다.


이색 러닝대회는 이외에도 지난 2013년부터 진행됐던 '좀비런' 행사도 있어요. 2022년에는 '좀비런 서울'이라 하여 코엑스 스타필드 내에서 곳곳에 숨어있는 좀비들을 피해 코스를 따라 완주하는 대회가 펼쳐지기도 했죠. 좀비에게 잡히지 않고 완주하게 되면 생존자들의 애프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이색 행사였습니다.



지역과 기관이 주최하는 다양한 러닝대회

기업이 진행한 행사 외에도 지역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러닝대회도 많아요.


사진: 아리바우 경포트레일런


강릉시와 강릉관광재단에서는 '2024 강릉 경포 아리바우길 트레일 러닝' 행사를 펼쳤는데요. 이 길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지역으로 정선, 평창, 강릉의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러닝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됐죠. 특히 아리바우길 9코스, 경포해변, 경포호 산책길, 경포 생태저류지 등을 거치는 10km 코스가 경관이 뛰어나다고 해요. 올해엔 아침에 진행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저녁노을을 즐기면서 러닝을 즐길 수 있도록 오후 5시에 행사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충북 지역에서는 보은군, 괴산군에서 각각 다양한 이색 러닝대회가 열렸어요.


보은군에서는 '2024 말티재 힐링 알몸 마라톤대회'가 개최됐는데요. 매년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500여 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해발 430m 말티재의 꼬부랑길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고, 5km, 10km 2개의 코스를 달릴 수 있죠. 여기서 '알몸'이라고 하는 이유는 대회의 규정상 남자의 경우 상의를 탈의해야 하며, 여자는 반팔 티셔츠나 탱크탑을 입어야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괴산군은 '고추'로 유명한 지역이라 그런지 '컬러런' 대회가 있어요. 옥수수 분말로 온몸에 색을 입히고 달리는 행사인데, '빨간 맛 컬러런' 대회가 열렸죠. 이 대회는 '2024 괴산 빨간 맛 페스티벌' 일정 내에 포함된 에피소드인데요. 맵부심 푸드파이터 대회, 빨간 맛 치어리더 대회 등 '매운맛'과 연결해서 여러 행사가 세트로 진행됐습니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참가비 1만 원만 내면 5km, 10km 코스를 달리고 기념품으로 수육,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일명 '수육런'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어요.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더라도 수육 등 각종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행사라고 해요.


울산 동구에서는 '사운드 워킹'이라고 해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관광지를 탐방하는 행사가 진행됐고, 전남 완도에서는 슬로길 코스를 걷고, 스탬프를 찍는 행사인 '슬로걷기 축제'가 열린 바 있어요.


사진: 2024 홍콩 스트리타톤


홍콩의 이색 러닝대회 사례도 있습니다. 홍보 마케팅 활동에 심혈을 기울여서인지 국내 기사도 제법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홍콩 관광청에서 가을-겨울에 아웃도어 이벤트로 트레일 러닝대회를 열었어요. 홍콩의 최대 섬인 란티우섬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험준한 지형,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4개의 난이도 코스와 더불어 120km 울트라 챌린지 마라톤 코스까지 준비돼 있죠. 그 외에도 도심 내에서 러닝을 즐길 수 있는 '2024 홍콩 스트리타톤' 행사도 12월 8일 개최됩니다. 홍콩과 구룡을 가로지르는 하프 마라톤으로 도심 속 러닝 이벤트라 뛰는 도중에 홍콩의 전통 별미인 '푼초이'를 먹을 수 있다고 해요.


이렇듯, 기업, 지역, 국가별로 다양한 이색 러닝대회가 열리는 걸 보면 확실히 '러닝'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 트렌드 덕분에 패션 스포츠 업계는 매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패션업계와 러닝 제품 판매 특수

무신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러닝화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고 해요. 지그재그에서는 러닝 관련 제품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00% 가깝게 성장했다고 하고요. 특히 러닝, 무릎보호대, 스포츠 선글라스와 같은 키워드의 검색량이 증가하면서 관련 거래액의 증가로 연결됐다고 하죠.


프로스펙스는 여의나루역에 위치한 러너 스테이션에서 '하이퍼 러시 체험존' 운영부터 러닝 클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러닝족을 위한 다양한 행사 운영과 10월 춘천 마라톤 대회에도 공식 후원사로 뛰어들었습니다.


2024 런 유어 웨이 서울 (사진: 이랜드 뉴발란스)


뉴발란스는 지난 9월 여의도 공원 10km를 뛰는 행사인 '2024 런 유어 웨이'라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10km 러닝 외에도 2km 미니 레이스, 우먼스 프로그램, 러닝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펀 러닝족의 참여도 이끌어냈죠.


신세계 백화점에서는 러닝화를 포함해 스포츠 슈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이에 맞춰 하남 스타필드의 스포츠 매장을 '러닝족 맞춤 진열'로 변경했다고 하고요. 나이키의 경우에는 '나이키 라이즈' 매장을 리오픈하면서 러닝, 트레이닝 관련 상품의 진열을 늘리고, 여성 러너 증가 흐름에 맞춰 전체 상품의 57%를 우먼스로 구성해 진열하는 전략을 짜기도 했습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런 트렌드를 마케터의 시선으로 보면, '트렌드의 수명'에 대한 화두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러닝'이라는 키워드가 뜨자, 관련된 산업이 함께 뜨고, 수많은 기업, 기관, 단체들이 관련 이벤트와 행사를 펼치면서 부스팅을 만들어내고 있죠.


한국 갤럽이 1년 동안 조깅, 달리기를 경험한 비율을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에는 23%, 2022년 27%, 2023년 3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인크루트에서도 100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운동하십니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장 인기 있는 운동은 헬스(30.9%), 걷기(21.6%)에 이어 러닝(12%)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뒤로는 필라테스, 요가, 홈트레이닝, 수영 등이 있고요.


한편, 러닝 키워드로 인해 패션업계에서는 러닝용품, 러닝화 등을 활용한 '러닝코어', '오런완'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부상했어요.


러닝코어란 운동을 하면서도 스타일을 잃지 않는 패션 트렌드를 의미하고, 발레코어와 같은 트렌디한 키워드와 결합한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오런완은 '오늘 러닝 완료'라는 의미로, 최근 러닝이 인기를 끌면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대신 오런완을 쓰는 게 인기라고 해요.


그런데 러닝이 이렇게 인기를 끌다 보니 여러 잡음이 생겼어요.


러닝크루는 함께 모여 달리기 때문에 일부 지역 지자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됐어요. 서울 서초구의 반포 종합운동장 인근에서는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이용 규칙을 만들어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도 했죠.  트랙 내의 인원 간 거리를 2m 이상으로 유지하고, 5인 이하 그룹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에요. 서울 송파 석촌호수에는 3인 이상 달리기를 제한한다는 현수막이 설치됐고요.




좋은 마음으로 모였던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같은 공간을 쓰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라 여겨지는 순간 모두가 행복을 경험하기는 어렵겠죠. 그렇지만 이를 두고 5인, 3인 이하로 달리기를 제한하는 규칙을 만든 지자체의 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분분해요. 인기가 있는 만큼 분쟁, 논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울러 '러닝화 계급'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했는데요. 어느 인플루언서가 여러 정보를 종합해서 러닝화를 '월드 클래스', '국가대표', '지역대표', '동네대표', '마실용', '입문용'으로 구분했어요. 세계 6대 마라톤 주자들이 착용한 러닝화의 주요 통계, 마라톤 대회 입상 주자들이 착용한 러닝화 통계 등을 이용해 러닝화의 계급을 만든 거죠.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EVO 1 화이트 블랙 (사진: 아디다스)


이를테면 월드 클래스에 해당하는 러닝화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에보1, 나이키 알파플라이3, 나이키 베이퍼플라이3과 같은 제품이 속해 있고, 국가대표 계급에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프로3, 아식스 메타 스피드 스카이 파리, 써코니 엔돌핀 프로4 등이 속해 있어요.


이렇게 계급을 나누고, 러닝을 하면서도 인스타그램에 인증샷 문화가 계속되니 요즘에는 츄리닝을 입고 러닝하는 게 위축된다는 이야기도 들리죠. 그만큼 장비빨에 대한 소비 심리가 충만한 상태의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우려되는 건, 앞서 언급한 '트렌드의 수명'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년간 스포츠 키워드가 1년마다 바뀌었어요. 코로나 기간부터 등산, 골프, 테니스, 클라이밍 등이 각광받다가 빠르게 위축됐고요. 반짝 인기였던 기간이 대략 1년 정도였죠.


골프장을 운영하는 어느 대표가 유튜브에서 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기간 중에 전국 골프장 방문객은 연간 (중복 포함) 5천만 명에 이르렀다고 해요. 직전에는 4천만 명 정도였고요. 그러나 MZ세대 사이에서 골프 키워드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연간 방문객이 4700만 명으로 줄었고, 기존 수준이었던 4천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죠.


다른 스포츠들도 유사할 것이라 봐요. 등산 관련 용품 매출이 치솟았다가 현재는 평균으로 회귀했으며 테니스, 클라이밍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 전략을 짜고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죠. 매출 피크를 찍는 시기에 생산라인을 늘렸다가 갑자기 시장이 위축될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고요. 트렌드를 조금 늦게 캐치해서 마케팅 전략을 짤 경우 '한물 간 아이템'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트렌드 키워드가 빨리 바뀌고, 소비자의 패턴이 정형화되지 않는 '리퀴드 소비' 시기에는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그래서 시장은 점점 대형화, 대량생산에서 개인화, 맞춤화 소량생산으로 변화하고 있고, 원가를 절감하면서 트렌드라는 시류에 편승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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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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