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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가 원래는 패브릭을 팔았다고? 향 마케팅의 시초

2022.08.26 13:50

jinhorus

조회수 1,552

댓글 4

향을 마케팅하는 최고의 방법
https://brunch.co.kr/@jinhorus/55
*브런치에서 원문으로 읽으면 훨씬 보기 편합니다


[딥티크 인스타그램 이미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아마 딥티크(diptyque)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딥티크는 대중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지만 시작은 조그마한 공방이었다. 1961년 세 명의 친구 이브 쿠에랑, 크리스티앙 고트로, 데스몬드 녹스 리트가 창업해 패브릭을 팔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손님은 패브릭보다 매장 장식을 위한 오브제에 관심을 가졌고, 셋은 고민 끝에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바로 패브릭과 어울릴만한 오브제를 만드는 것!


여러 가지 상품 중에서도 무엇보다 인기를 끈 건 꽃잎이나 나뭇잎 등을 말려 만든 방향 소품 포푸리였다. 그들은 이에 착안해 1963년 세 개의 향초를 출시했고, 기세를 몰아 향수 ‘로’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에 없던 듀얼섹슈얼 향수였기에 딥티크라는 브랜드를 모두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보통은 은연중에 남성 혹은 여성을 위한 향을 구분 짓기 마련이지만 따로 구분하지 않은 게 먹힌 것이다.


딥티크를 국내서 유일하게 공식 수입, 운영하는 기업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이다. 대기업 중 가장 브랜드 이미지에 신경 쓰는 곳으로 2017년 프랑스 향수 딥티크의 국내판권을 인수했다.


그리고 이듬해, 우리 뷰스컴퍼니에 연락이 왔다. 당시에는 SNS 마케팅과 미디어커머스가 활발했던 시절로 대부분의 향수 마케팅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용도 혹은 선물용으로 스토리를 풀어냈다. 하지만 SI는 SNS를 뛰어넘어 브랜딩 영역까지 함께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딥티크를 두고 SI와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 내 향수 브랜드]


SI는 달라도 정말 다르다. 수입하는 브랜드들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브랜딩과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도 SI 내 브랜드다.


향을 마케팅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다. 향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다. 사실 화장품 또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핵심원료를 이미지화시켜 마케팅하는 원물 마케팅이 대부분인데, 딥티크는 이를 라벨 이미지로 풀어내 제품마다 각기 다른 의미를 담아낸다. 시그니처가 된 타원형 형태는 고대 로마제국 친위대 방패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난 이를 통해 향과 이미지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당시 새롭게 출시된 ‘플레르 드 뽀’를 마케팅하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중 가장 열정적이고 관능적인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향으로 은은한 살 냄새처럼 남는 향수였다.


기존에 SI에서 하는 마케팅이 내가 위에 언급한 브랜딩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는 이를 소비자와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이끄는 게 중요했다. SI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노하우를 원하기에 뷰스컴퍼니에 의뢰했을 것이다.


[뷰스컴퍼니 딥티크 프로젝트 제안서 내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우리가 도출한 콘셉트는 ‘새기고 싶은 향’이었고, 이를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다양한 아이디어 중 예술성, 감성적, 희소성, 유니크 이 모든 단어를 아우를 수 있는 게 타투이스트였다. 곧바로 우리나라 SNS 기준 탑3 타투이스트를 찾아갔다. 여러 차례의 미팅을 통해 ‘플레르 드 뽀’의 향으로 타투 도안을 만들고, 감성적인 부분과 바이럴적인 부분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까지 마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기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엄청난 기획이라고 극찬을 받았지만, 유럽 본사에서 허락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고, 타투가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던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1년 뒤, 황당한 일이 생겼다. 유럽에서 딥티크와 타투이스트가 컬래버레이션해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한국 본사와 우리 모두 벙찌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뷰스에서 딥티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기획한 자체가 유의미했고, 마케팅뿐만 아니라 브랜딩 영역까지 시야를 넓히게 되는 좋은 경험이었기에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배웠던 것들을 적어보겠다.


SI는 늘 사람의 본질을 염두하고 브랜딩에 신경 쓴다. 단순히 이 향이 좋다거나 이성을 꼬실 수 있다는 이미지 즉 구매하는 사람들의 목적성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해 ‘감성 소비’를 이끈다.


[딥티크 인스타그램 이미지]


당신은 제품을 팔 것인가, 이미지를 팔 것인가? 이 두 가지는 같은 구매라고 해도 큰 차이가 있다. 이미지를 파는 건 브랜딩의 영역이다. 


파워 인플루언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기폭제다. 그때 한 번일 뿐 지속가능성을 약속하기 힘들다. 그래서 팔로워 숫자에 의존하기보다는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우리 제품과 브랜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게 먼저다. 우리가 타투이스트를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모양의 타투를 새기는 게 마치 영혼을 넣는 작업과 같다고 생각한다.


향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걸 믿고, 아직 과학기술은 향을 모니터까지 전달하는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에 후각을 표현하려면 공감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향 제품은 저가와 고가의 갭이 매우 크다. 중간단계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향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1차원적으로 냄새를 바꾸기 위한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으로 나눠진다. 이 둘은 너무나도 다른 니즈다.


현재는 뷰티업계가 목적성에 꽂혀 브랜드를 어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이미지를 가진 향수 브랜드가 없는 이유다. 뷰스가 시대를 앞서나간 마케팅을 제시했기에 채택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도전하는 용기는 필요하다.


미래에는 즐거움을 주는 비즈니스가 성장할 것이다. 목적성 그리고 2차산업 시대의 소구 포인트는 더이상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한다. 그렇기에 SI는 더욱 강자가 될 것이다. 지난달 ‘아이엠’이라는 탈모 기능성 향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는데, SI의 노하우가 제대로 집약돼있으니 눈여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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