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시내버스 정류장. “어머, 저 버스가 여기에 왜 안 서지?” 주부 양모(60)씨는 멀어져가는 종로09번 마을버스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그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린 건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에서 09번의 도착 정보가 나와서다. 하지만 막상 마을버스는 이곳에 정차하지 않았다. ‘경복궁역 마을버스 정류장’은 양 씨가 서 있던 정류장에서 60m쯤 떨어진 곳에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이 따로 있는데, 도착 정보는 엉뚱하게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표시되고 있다.
서울에는 노선이 겹쳐도 시내버스·마을버스 정류장을 따로 사용하는 곳이 842개소가 있다. ‘같은 노선, 따로 정류장’이 승객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씨는 “강북구 미아동에서 왔는데, 09번 마을버스를 타고 통인시장에 가려고 했다”면서 “엉뚱한 곳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시간만 낭비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복궁역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마을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묻는 사람이 하루에 5~6명씩 있다”고 말했다. 몇m 간격으로 설치돼 있는 정류장은 보행에 지장을 주기도한다.
불편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마을버스 정류장의 ‘이사’를 결정했다. 올 7월부터 노선이 중복되면서 서로 떨어진 거리가 60m이하인 시내버스 정류장과 마을버스 정류장을 하나로 합칠 예정이다. 올 안에 300곳의 ‘시내·마을버스 통합 정류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앞으로 나머지 500여 곳 모두 순차적으로 합칠 계획이다. 이희신 서울시 버스정책과 정류소관리팀장은 “지난 18일부터 시작해 약 한 달간 25개 자치구 차원에서 실태 조사를 벌여 대상지를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마을버스 승객의 불편이 줄어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의 버스정보안내단말기 설치율이 시내버스 정류장은 50%가 넘는 반면 마을버스 정류장은 1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희신 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전수 조사를 통해 기존 시내버스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 노선과 승하차 인원 등을 파악해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통합할 것”이라며 “이미 통합된 정류장에서도 정류장 혼잡 등의 문제가 발견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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