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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2014 마케팅 키워드 ‘리얼(REAL)’…디지털 시대에도 보고 만지고 느껴야

  • 김병수 기자
  • 입력 : 2014.02.10 09:09:27
올해 마케팅 키워드는 ‘리얼(REAL)’이다. R은 ‘리얼리티’, E는 ‘체험’, A는 ‘진정성’, L은 ‘생활 점유’의 영어 머리글자. 그림은 각 키워
드에 해당되는 광고 컷 혹은 사진.

올해 마케팅 키워드는 ‘리얼(REAL)’이다. R은 ‘리얼리티’, E는 ‘체험’, A는 ‘진정성’, L은 ‘생활 점유’의 영어 머리글자. 그림은 각 키워 드에 해당되는 광고 컷 혹은 사진.

경기도 고양에 사는 회사원 김상진 씨(39)는 최근 유행하는 캐나다구스를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구입했다. 옷의 디자인과 사이즈 등을 확인하기 위해 김 씨는 직접 백화점 매장에 들러 제품을 살펴봤다. 김 씨는 “온라인이 가격은 좋지만 색상이나 사이즈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데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나면 믿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사람을 소위 쇼루밍(잠깐용어 참조)족이라 부른다. 온라인만 갖고는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만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게 쇼루밍족의 주장이다.

이 같은 쇼루밍족의 등장은 디지털 시대 만개와 맥을 같이한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일기획에서 이에 대한 답변으로 ‘리얼(REAL)’을 제시했다. 해마다 내놓는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를 통해서다. REAL은 실체(Reality), 체험(Experience), 진정성(Authenticity), 생활 점유(Life Share)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것. 디지털 혁명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체험과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소비자 욕구를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R이미지가 아닌 실체가 중요하다

리얼리티는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 위해서는 실체가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제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 등을 통해 구매하는 ‘쇼루밍’ 현상이 꾸준히 나타나는 것은 실체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중시하는 소비자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쇼루밍족의 등장은 오프라인 업체들엔 골칫거리였다. 2009년 파산한 미국 전자제품 체인인 ‘서킷시티’ 도산의 한 원인으로 쇼루밍족 증가가 지목됐을 정도다.

궁지에 몰린 유통업체들은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는 실체(Reality)를 보여주고, 온라인을 통해서는 판매를 늘리는 방식이다.

미국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한때 쇼루밍을 막고자 제품 바코드 체계를 바꾸기도 했으나 2012년부터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더 싼 제품을 제시하면 가격을 그 수준에 맞춰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의 ‘존루이스’ 백화점은 매장 곳곳에 인터랙티브 스크린을 설치해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쇼루밍은 이제 자연스러운 소비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이를 거부하기보다 끌어안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소비자가 보고 만져야 한다

2014 마케팅 트렌드의 두 번째 키워드는 체험이다. 소비자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을 넘어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 성공 가능성도 높다는 것.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릴 수는 있지만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면 직접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런 트렌드를 간파한 기업들은 체험을 통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식음료 업체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팝업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를 내놓고 제품의 맛과 향을 알리기 위해 발매 초기부터 소비자 체험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캠페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부산 중구 광복로에 카누 팝업 스토어를 마련한 카누는 2013년에는 상반기에만 4억잔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8월 일본 기린 맥주의 팝업 스토어 역시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손꼽힌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 기린 맥주는 맥주 위에 얼음 거품을 얹은 ‘프로즌나마’ 맥주를 선보였다. 기린 맥주는 총 3만잔이나 팔려 나갔다.

직접적인 체험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UHD TV를 알리기 위해 ‘멸종 위기 동물전’ 캠페인을 활용했다. 멸종 위기 동물과 삼성의 UHD 화질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를 진행, 서울에서만 1만5000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해 자동차 팝업 스토어 ‘PYL The Factory’를 운영했다. ‘i-30·i-40·벨로스터’ 3종의 디자인, 성능, 사운드 등을 고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컨설팅 업체 T-플러스의 김희준 컨설턴트는 “새롭고 긍정적인 경험을 한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해 높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고 오랫동안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A소비자들은 진심을 보고 싶어 한다

세 번째 키워드인 진정성은 보기 좋게 포장된 메시지가 아닌 진정성을 통해 진심을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열망을 채워줘야 한다는 의미다. 정수기 대표 업체로 자리 잡은 코웨이가 지난해 선보인 ‘물 성장 프로젝트’는 자사의 제품을 알리기보다는 자녀의 건강을 고민해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코웨이는 지난해 웅진그룹에서 분리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새 출발을 알리는 프로젝트에서 회사 측은 물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에 건강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물 성장’ 마케팅을 실시했다. 코웨이 측은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교문중 학생 56명과 함께 음료수를 끊고 하루 8잔씩 깨끗한 물을 마시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친구들이 얼마나 키가 크는가를 추적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웅진코웨이는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진정성 있는 기업’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L일상생활의 점유율을 높여라

REAL의 마지막 화두는 일상생활의 점유(Life Share)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각종 이미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광고와 마케팅은 소비자의 인식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게 제일기획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동아제약 박카스는 피로 회복에 관한 생활 속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광고로 손꼽힌다.

제일기획 소비자분석센터 조경식 상무는 “지난 23년간의 소비자 관심사 변화에서도 볼 수 있듯 오늘날 디지털 사회는 존재감이 중시되고 경험이 인식을 지배한다”며 “더 이상 상징적인 브랜드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으며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는 실체성 높은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소비자 관심사 변화 살펴보니

개인 관심사 정치에서 경제로

1990년대 초부터 2013년까지 20여년 동안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제일기획의 소비자 트렌드 분석자료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보고서(ACR)’를 분석해보면 1990년대 초만 해도 소비자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으나 점차 실업과 취업, 교육 등 경제 이슈로 옮겨왔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가장 관심 있는 사회문제 상위 10개 항목 중 경제 이슈는 1991년 3개에서 2001년 4개, 2013년 6개로 늘어났다(표 참조).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관심사가 경제 이슈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재테크, 취업, 직장 등 경제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다만 삶과 직결된 ‘건강’이 개인 관심사 1위 자리를 변함없이 지켰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광고 역시 변해 왔다. 1990년대 초 기업들의 신년 광고는 통일, 민족 등을 메인 카피로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개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등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제일기획 측은 “소비자들이 정치, 통일 등 인식적 개념보다 의식주, 수입 등과 같이 자기에게 직접적이고 자기 존재감에 영향을 주는 경제 이슈를 더 중시하게 됐다. 이런 변화는 개인적 경험을 중시하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잠깐용어 *쇼루밍(Showrooming)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만져보고 가격을 확인한 후 아마존 등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실제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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