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판매채널 '방판', 온라인·홈쇼핑에 흔들

입력
수정2015.02.04. 오전 8:01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014.10.01/뉴스1 © News1
방판 위축요인 계속 늘어…·업계 판매방식 '고민'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서울에 사는 김 모씨는 정수기 구입하려고 여러 제품의 팜플릿을 봤지만 장·단점을 파악하기 어려워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A정수기 회사 방문판매원을 소개받았고 방판원의 권유로 결국 A정수기 제품을 샀다. 이 방판원은 김 모씨 집에 직접 찾아와 제품 특성을 설명하고 근처 매장까지 동행해 실제 제품을 보여줬다.

정수기 시장에서 확고한 판매채널은 방문판매였다. 하지만 이 방식의 입지가 온라인과 홈쇼핑의 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방판으로 성장한 정수기 회사들은 판매채널 새판짜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4일 한국소비자원이 코웨이, 쿠쿠전자,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등 4개사 8개 제품에 대해 실시 중인 소비자 의견반영 평가에 따르면 이들 제품을 구입한 109명 가운데 방판을 통한 구입자는 35명으로 비(非)방판 구입자(74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홈쇼핑과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 고객은 41명으로 방판을 앞질렀다.

이 같은 결과는 정수기 시장에서 판매채널로서 방판이 점차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은 2009년 기준으로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기 업체는 약 100곳이다. 이처럼 다양한 업체가 2조원 가까운 시장에 진입했지만 판매방식은 주로 시중 판매보다 방판을 통한 렌탈(임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정수기 시장에서 방판이 자리매김한 주된 이유는 코웨이의 역할이 컸다. 코웨이는 업계 최초로 렌탈 마케팅을 선보였는데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방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방판원을 별도로 뽑거나 정수기를 관리하는 코디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다. 정수기 제품 특성 상 필터 교체 등 직원이 집을 방문해야하는 필요성과 방판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 결과 2013년 말 기준 코웨이의 정수기 시장 점유율은 약 45%로 2위인 청호나이스(약 11%)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쿠쿠전자 등 후발주자들은 코웨이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최근 방판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우선 인터넷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찾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품을 실제로 볼 수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해외 직접 구매 시장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에서 방판원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소비 대신 직접 제품을 찾아나서는 '능동적인'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소비자,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공신력을 갖춘 여러 기관에서 제품 비교 정보를 제공하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기가 종전보다 쉬워졌다. 소비자원의 경우 16개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 의견평가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

방판원 수익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방판 성장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꼽힌다. 상당수 정수기회사는 방판원에 기본급을 주지 않고 판매성과에 비례해 보상하고 있다.

방판의 한계를 인지하고 가장 먼저 눈을 뜬 기업은 코웨이다. 코웨이는 올해 인터넷 쇼핑몰과 방문판매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몰(가칭)'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하이브리드 몰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과 방판을 이어주는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 있던 방판원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상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코웨이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홈쇼핑 등 방판 외 채널에서 정수기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 기존 방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gm11@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