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퇴직한 ‘40대 치킨집 주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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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 中에서)

 “우리가게 1㎢ 반경안에 치킨집만 13개에요. 한달 평균 매출 300만원으로는 월세와 인건비 감당도 어려우니 문 닫을 날만 남았습니다. 눈칫밥을 먹더라도 회사에 붙어 있었어야 했는데… 당신은 절대 지금 다니는 회사를 제 발로 나가지 마십시오.”(서울 신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형래(42·가명)씨)

 20대 신입사원 장그래만 ‘미생(未生)’이 아니었다. 정규직으로 10년 이상 일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영업자가 된 40~50대들도 완생(完生)에 실패하고 있다. 재작년 자영업 창업자보다 사업을 접는 퇴출자가 더 많아졌고, 퇴출자 중에는 40대가 약 절반으로 나타났다. 신규 창업자의 절반은 샐러리맨이었다.

 2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2011~2013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비임금근로자 데이터를 분석한 ‘자영업자 진입-퇴출 추계와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자영업 퇴출자는 65만6000명으로 진입자(55만2000명) 보다 많았다. 폐업한 가게 수가 창업한 가게 수를 앞지른 것이다. 자영업 진입자와 퇴출자를 정확하게 추계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자영업자에서 창업자가 차지하는 자영업 진입률은 2012년 10.2%에서 2013년에는 8.3%로 하락한 반면, 퇴출률은 8.4%에서 9.2%로 증가했다.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2011년과 2012년에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이 진입하고, 2013년에는 과다 경쟁에 따라 퇴출이 본격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30~40대의 ‘임금근로자→자영업 전환’ 현상이 눈에 띄었다. 자영업 진입자 2명 중 1명은 샐러리맨이었고, 이 중에는 30대가 8만8000명(31%), 40대가 8만4000명(30%)으로 조사됐다. 이는 베이비붐세대 등 50대 이상의 은퇴후 자영업 진입(7만1000명)보다 많아 자영업자의 주 계층이 50대에서 30~40대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퇴직 후 성급하게 창업을 하니 생활밀접형 자영업 업종이 더 과밀화되고, 과다경쟁으로 폐업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50대 베이비붐세대의 자영업 창업에 더해 30~40대까지 조기퇴직으로 쏟아지니 업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창업한 지 1년도 안돼 사업을 그만두거나 계획이 불투명한 자영업자는 2013년 약 8만7000명으로, 신규진입자 중 15%에 달했다. 주된 이유는 ’사업 부진’이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에서 다시 임금근로자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희망리턴패키지 지원사업의 효율성을 더 높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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