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D-1 대한민국은 호갱 공화국] 초콜릿 2~3배… 선글라스 최고 4배… '터무니없는 거품'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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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1.27. 오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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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개 직구제품 국내외 가격 조사해보니

소·도매상 등 모든 유통채널 고이윤 챙기는 구조 고착화

법적 규제·불매 운동 등 정부·소비자 적극 대응 필요

미국 최대 인터넷몰 아마존에서 58만원에 판매되는 독일 진공청소기는 국내 최저가가 76만89,200원, 아마존 가격 1만8,000원짜리 초콜릿은 국내 최저 3만3,000원이다.

순진한 소비자를 한순간에 ‘호갱님’으로 전락시키는 국내 유통업계의 거품 가격은 서울경제신문이 5개 부문 35개 제품을 대상으로 국내 쇼핑 채널과 아마존 간의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서 명확하게 확인됐다. △식품·의약품 △패션·잡화 △가전·생활용품 △유아용품 △뷰티 △명품 등 6개 부문 제품 대부분이 아마존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그나마 국내 최저 가격은 정식 수입 유통사의 책정 가격이 아니라 병행 수입 등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을 경우가 많았다. 지난 25일 원달러 1,110.9원 환율 기준으로 아마존에서 1만7,809원에 판매 중인 페레로 로쉐 초콜릿(48개입)은 국내에서 1.5~3배 높은 3만3,000~6만원에 판매 중이다. 고디바 초콜릿(클래식골드·19개입)도 아마존(3만3,414원)보다 적게는 4,000원에서 많게는 3만4,000원의 웃돈이 붙었다.

더 비싼 가격표를 달기는 의류나 가전제품도 마찬가지. 캐나다구스 남성점퍼의 경우 국내 판매가는 65만6,000~103만500원으로 아마존(54만5,750~55만1,331원)보다 최대 2배 비싼 값에 판매됐다. 에르노 코트 프리마베라와 콜롬비아 남성용 프로스트 파이터 자켓도 국내와 아마존 가격이 최고 2배 차이났다.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높은 다이슨 진공청소기(DC65 애니멀 컴플릿 업라이트)도 국내 판매가(76만9,200~94만9,920원)가 아마존(58만6,974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외에 브이테크 유아용 걸음마 연습기·리틀 타익스 액티비티 가든 등 유아용품은 물론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리커러비(50㎖)와 시슬리 시슬리야 글로벌 안티에이지크림(50g), 달팡 하이드라 스킨 라이트(50g) 등 뷰티제품도 최고 2배나 비싼 가격에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다.

프라다·구찌·살바토레 페레가모·루이비통 등 명품들도 하나같이 한국에서 더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프라다 선글라스(PR09QS)의 경우 아마존에서는 23만~28만원선에 판매됐으나 국내에서는 최고 4배 가격에 거래됐다. 구찌 블랙 캠버스 레더 트림드 구찌시마 크린트 핸드백도 10~20만원의 웃돈이 붙어 판매됐다. 또 루이뷔통 네베풀 모노그람 캠버스 핸드백과 살라토레 페레가모 바라 레페스 인 블랙 페러 구두 등도 국내 가격이 아마존보다 적게는 20만원, 크게는 30만원 가까이 비쌌다.


국내 유통시장이 ‘호갱 공화국’으로 전락한 이유는 소·도매상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이윤을 챙기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 유통채널들이 소비자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차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제돈 주고 제값에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악습이 어느새 유통시장에서 ‘정석’으로 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소매상에서 쇼핑 채널까지 너도나도 수익 늘리기에 몰두하면서 자연히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다.

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관세나 운송료 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상품 가격이 해외 쇼핑 사이트에 비해 비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해외 여행으로 현지에서 확인하거나 직구를 통해 얻은 가격 정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만큼 국내 유통기업들도 옛 방식을 버리고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값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도 관세청이 10개 공산품·가공품을 조사한 결과 수입품의 국내 판매 가격은 수입가격보다 2.7~9.2배 높았다. 가장 큰 폭리를 취하는 상품군은 립스틱으로 수입가가 국내 판매가보다 9.2배나 뛰었다. 이어 와인(4.8배)·등산화(4.4배)·진공청소기(3.8배)·유모차(3.6배)·생수(3.5배)·전기다리미(3배) 순이었다.

수입차 부품 가격도 거품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부분으로, 지난 9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정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외제차 사고 한 건당 평균 지급 수비비는 292만원으로 국산차(88만원)의 3배에 달한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은 부품으로 외제차 수리 때 부품비는 국산차 대비 4.6배, 도장과 공임도 각각 2.4배, 1.3배로 월등히 높다.

전문가들은 수입품에 가격 거품이 끼고 있는 잘못된 유통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유통기업들의 각성은 물론 정부와 소비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규제와 함께 불매 운동 등 소비자의 적극적인 대처가 고객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똑똑한 소비자가 가격 등 차별적 서비스와 부당한 조건에 맞서야만 국내외 만연한 잘못된 유통 관행이 없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폴로’의 경우 ‘호갱 거부’를 선언한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 등으로 몰리며 매출 부진을 겪자 40% 가격을 인하한 게 좋은 예다.

박 전 원장은 “유통기업들이 고마진을 추구하는 옛 방식만 고수하다간 고객 이탈의 역풍을 겪기 쉽다”며 “정부는 과도한 마진을 챙기는 유통회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제로, 소비자는 차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유통채널에 대한 불매운동 등 행동에 나서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장도 “똑똑한 소비자가 지닌 소비 역량을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상당수가 피해 이후 구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흥미로운 ‘사전 소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현덕·이수민·김민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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