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모자는 되는데 우리는 왜…" 백화점=甲 진짜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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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4.10.17. 오전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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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진상현 김성휘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the300-특약매입, 백화점 '갑질' 논란]]

"진짜 문제는 특약매입입니다. 수수료가 높으냐 아니냐는 그 다음이에요."(백화점 의류납품 A업체 관계자)

'MLB'는 메이저리그야구의 이니셜이면서 유명 수입 패션브랜드다. MLB 모자는 캡 형태 모자 가운데 장기간 인기를 유지하는 히트상품. 주요 백화점마다 매장이 있다. 그런데 한 백화점 같은 층에 나란히 입점한 브랜드라도 백화점은 서로다른 매입방식을 쓴다.

1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MLB는 백화점이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상품이다. 이와 달리 외상으로 물건을 들여놓고, 판매수량에 한해 대금을 업체에 지불하는 이른바 특약매입(외상매입) 상품이 더 많다.

특약매입은 재고가 나면 입점업체에 돌려줄 수 있고, 판매수량만큼에서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준다. 백화점은 재고관리 등 비용부담이 현저히 줄어든다. 백화점 3사 롯데·신세계·현대는 전체 상품의 70%를 이 같은 방식으로 들여놓는다. 이처럼 대형 백화점이 특약매입거래를 고수한 것이 중소제조업체 위주인 납품·입점업체 부담을 키우는 진짜 이유로 지목된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 백화점 각 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3사 매출합계는 2011년 16조1168억원에서 지난해 18조9650억원으로 17.6% 늘었다. '순매출' 즉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5조2658억원에서 5조6625억원으로 7.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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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매입방식에선 특약매입 비중이 3년 평균 70%로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매장임대 방식은 늘었지만 백화점 직매입 비중은 10.5%에서 9%로 소폭 하락했다.

직매입은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매해서 판매하고 재고까지 책임지는 방식. 판매수수료도 공제하지 않는다. 현재 상위 3사 백화점의 판매수수료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총매출액의 28.5%를 차지한다.

특약매입은 납품(입점)거래 업체로부터 '반품 조건부'로 상품을 외상매입해 파는 게 큰 차이다. 팔린 물건에 대해서 판매수수료를 뺀 대금을 입점업체에 준다. 재고는 반품한다.
제조·유통업계에선 특약매입 자제와 직매입 확대가 백화점-입점업체 상생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반품 가능성이 높아 재고 리스크가 있는 상품을 특약매입으로 들여놓으므로 소비자 이익 측면에서도 과도한 특약매입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은 백화점이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특약매입은 일본에서 도입됐지만 일본에서조차 특약매입과 직매입 비중은 6대 4 정도다.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7대 1 정도여서 특약매입에 지나치게 쏠린 셈이다.

백화점들도 해외 유명제품을 들여올 수 있는 직매입을 미래 성장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개성있는 상품 직매입으로 활로를 찾은 일본의 한 백화점 사례를 들며 직매입 확대를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직매입 비율은 감소했다. 백화점이 비용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직매입 확대를 꺼리는 대신 특약매입을 고수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백화점 자율로 직매입 늘려야 中企와 상생"

정치권 입장은 시기에 따라 달라져 왔다. 대선을 치른 2012년과 지난해 박근혜정부 첫해만 해도 여야 가리지 않고 경제민주화가 '대세'였다. 유통분야 불공정거래는 시급한 개선과제였다. 그러나 올들어 정부가 '규제개혁'에 방점을 찍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백화점 특약매입은 공정거래분야 가운데 '대규모 유통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영역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 특약매입을 통한 부당한 비용전가를 막기 위해 사안별로 지켜야 할 지침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전임 김동수 위원장 시절 "특약매입거래의 역기능이 많아 점진적 축소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에서 현 노대래 위원장 취임 뒤엔 "특약매입 또한 시장질서의 한 부분이므로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후퇴했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공정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될 전망이다. 김영환 의원은 "특약매입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당 행위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직매입거래 방식을 점차 늘려나가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용 떠넘기기 특약매입' 백화점 납품거래 어떻기에

백화점들이 입점업체들에게 비용과 위험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특약매입거래는 대형유통업체와 입점업체(납품업체)들간의 주요 거래형태 중 하나다.

특약매입은 대형유통업체가 반품 조건부로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하고 상품판매 대검의 일정 비율을 판매 수수료로 받는다. 대규모 유통업자가 매입 처리된 상품에 대해 소유권을 갖고, 입점업자는 상품에 대한 가격설정, 판매활동, 재고관리 등 상품의 실질적인 판매 관리 기능을 수행한다. 결국 상품의 소유권자(대규모 유통업자)와 상품위 실질적인 판매 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자(입점업자)가 달라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의 부담주체가 불분명하게 되는 사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경계가 애매한 탓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백화점들이 반품 책임과 재고 부담 외에도 판촉, 인테리어 비용 등 각종 비용들을 납품업체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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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체들과 입점 업체들과의 거래형태는 특약매입거래 외에도 직매입거래, 위수탁거래, 임대(갑), 임대(을) 등이 있다. 직매입거래는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해 일정한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거래형태로 반품이 불가능하다. 대형마트들이 이런 거래 비중이 높다. 위수탁거래는 TV홈쇼핑 등이 주력으로 하는 거래로 납품업자가 납품한 상품을 대규모 소매업자가 자기 명의로 판매하고 상품 판매 후 일정률이나 일정액의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한다.
입대(갑)은 매장 일부를 입점업체에 임대해주고 일정액을 임차료로 받는 형태이고, 임대(을)은 일정액이 아니라 판매대금의 일정률을 임차료로 지급받는다.

국내 백화점들은 이들 중 특약매입거래, 임대(을), 직매입 등 세 가지 형태의 거래를 주로 하는데 특약매입 비중이 절대적이다. 국내 주요 7개 백화점을 기준으로 특약매입의 비중은 2011년 71.7%, 2012년 70.2%, 2013년 69.2%로 평균 70%에 달한다. 이런 높은 특약 거래 비중이 백화점들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각중 부당행위와 입점업체들에 대한 비용 떠넘기기가 횡행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일본 백화점들의 경우 우리와 비슷한 거래 패턴를 갖고 있고 미국 백화점들의 경우 직매입 비중이 70-80%로 높다.

정부 "특약매입 합법…판촉비 절반이상 요구는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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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백화점이 세일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뉴스1 /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약매입이 백화점의 '횡포' 사례로 지적되고 있지만 합법적 거래인 만큼 인위적으로 못하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단 불공정행위를 줄이는 자정능력을 기대하면서 직매입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쓴다는 설명이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앞서 7월 제정한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에 따라 부당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세운 상태다. 특약매입 과정에서 △상품 재산보장보험 비용 △상품 보관·훼손비용 △매장 인테리어와 관리 비용 △판촉사원 고용비용 △광고 및 판매촉진행사 비용 등이 발생하지만, 대규모 유통업자와 입점업자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침은 상품에 대한 재산보장보험 비용과 상품 보관비용, 매장운영에서 발생하는 전기료·가스료 등 각종 관리비는 백화점 부담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를 입점업체에 부담시키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상품 훼손에 따르는 비용도 명백한 입점업체 책임소지가 없다면 백화점이 함부로 전가해선 안된다.

매장 인테리어 교체시엔 기준이 복잡하다. 매장 바닥, 조명, 벽체 등은 기초시설로 보고 이는 기본적으로 백화점 부담으로 봤다. 하지만 입점업체가 자체 이유로 이를 고치는 경우엔 백화점과 업체가 사전 약정에 따라 비용을 나눌 수 있다.

백화점 측 이유로 인테리어를 고친다 해도 매장환경 개선 등 입점업체에 도움이 된다면 비용을 나눠 부담할 수 있게 했다. 단 이 경우 입점업체는 총비용 50%까지만 부담하면 된다. 판촉사원 고용비용은 백화점의 무리한 파견 요구 등을 막기 위해 입점업체 자율로 결정하도록 명시했다.

판촉행사 역시 입점업체와 함께 진행했다 해도 비용의 절반 이상 부담시키면 안 된다. 공정위가 접수한 사례 가운데 모 백화점이 입점 의류업체와 공동으로 우수고객 초청행사를 열고 소요비용 600만원의 2/3인 400만 원을 업체부담으로 요구한 일이 있다. 지침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법위반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잘 지켜질지는 단정하기 이르다. 공정위는 7월 발효한 지침이 준수됐는지 6개월이 지난 뒤 실태조사로 문제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하는 매장이동 개편을 일년에 두 번 등 수시로 해온 것을 (지침 발효 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 자정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매입 인센티브에 대해선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행위는 대체로 특약매입(관련)"이라며 "가급적 직매입으로 유도하기 위해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할 때 가점을 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점진적으로 줄여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특약매입, 오히려 중소 입점업체에 유리"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입점계약 방식 중 하나인 '특약매입'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유통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약매입이란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업체로부터 반품을 떠안는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상품대금을 입점업체에게 차후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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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재고부담을 덜 수 있고, 상품을 팔아야 상품 대금을 결제해주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화점은 전체 납품거래의 70% 이상을, 대형마트는 20% 이상을 이 같은 특약매입으로 들여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특약매입은 유통업체가 재고부담을 입점업체에게 모두 전가시킨 채 수수료만 챙기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특약매입 비중을 크게 줄여 입점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유통업계는 특약매입이 오히려 입점업체에게도 유리한 상생모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당장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특약매입을 통해 백화점 매장을 일관된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꾸밀 수 있고, 마케팅이나 판매관리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통업체는 신규 브랜드 발굴도 특약매입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온라인 브랜드나 길거리 패션 등 최근 백화점 패션상품 중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 상당수는 특약매입이 대부분인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되는 일종의 테스트 매장)를 통해 백화점에 입성한다.

특약매입이 중소 제조업체의 백화점 진입 장벽을 낮추는 순기능을 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특약매입이라는 안전장치가 없다면 백화점은 최소 매출을 보장받기 힘든 중소 브랜드와 계약하는 것 자체를 꺼릴 수 있고, 그 폐해는 입점업체에도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만약 특약매입을 줄일 경우 직매입이나, 정액 수수료를 내는 '임대 갑(甲)'이나 보증금을 내고 매달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내는'임대 을(乙)' 등의 계약방식을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계약방식은 되레 입점업체에게 더 불리하다는 진단이다.

직매입은 말 그대로 백화점이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사와서 이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때 재고부담은 백화점이 스스로 져야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이 담보되지 않는 중소 브랜드는 직매입을 하기 힘들다. 임대 갑 방식도 매출과 상관없이 정해진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입점업체들은 이를 꺼린다.

특약매입과 유사한 '임대 을' 방식도 납품업체에게 절대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특정 보증금을 내고 매달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내야하는 형태로, 보통 매출 하한선을 따로 정해 수수료를 책정한다.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백화점은 물론 입점업체에게도 독이 될 수 있는 거래방식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특약매입 방식이 아니라면 신규 브랜드 발굴에 적극 나서기 힘들다"며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 등 집객 활동도 백화점이 전담하기 때문에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 납품업체에게 특약매입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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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현 김성휘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 shyun88@mt.co.k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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