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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현문학 기자의 돈되는 중국경제] 유명세 끌어들여 대박 내는 명인 마케팅

입력 : 
2014-10-06 1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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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 천리마를 팔던 상인이 있었다. 천리마는 이름 그대로 천리 길을 한 달음에 달릴 수 있고 붉은 땀을 흘린다는 명마다.

가장 좋은 상품인 천리마를 확보한 상인은 시장에서 며칠 동안 손님을 기다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말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장사꾼이 없는 초원으로 가서 말 마케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범한 상인 이었더라면 아마 시장을 원망했을 것이다. 좋은 상품을 보고도 가치를 몰라주는 시장 상인의 수준을 탓하면서 말이다. 선비기질을 지닌 상인이라면 다시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상인은 방법을 궁리했다. 모든 답은 시장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진나라에 인재를 잘 등용하기로 유명한 백락이란 사람을 찾아갔다. 인재를 잘 판별할 줄 아니까 좋은 말에 대한 평가도 할 줄 안다고 생각했다. 그는 백락을 찾아가 “시장에 함께 가서 내 말을 살펴보면서 몇 마디 긍정적인 평가만 해 주면 됩니다.”고 부탁했다.

백락은 이튿날 시장에 도착하여 천리마 주인을 만났다. 그는 천리마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훌륭한 말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 주인에게 몇 마디의 칭찬하는 말을 건넨 뒤 자리를 떴다.

천리마인지 무슨 말 인지 통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상인들이 백락의 소문을 듣고 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 천리마는 아주 비싼 가격에 팔려 나갔다.

사진설명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는 데 귀신 소리를 듣는 중국식 명인 마케팅의 단면이다. 물론 유명인의 이름을 빌리는 마케팅은 중국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있다. 평범한 상품도 유명인의 이름을 빌리면 명품으로 탈바꿈 하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유명인에 대한 신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유명한 사람이 추천하는 상품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광고를 하면서 유명인을 활용하거나 심지어는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책을 파는 마케팅 스토리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한 출판업자는 잘 팔리지 않는 책을 팔기 위해 백방으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었다. 이 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유명인 마케팅을 권했다. 대통령에게 책을 한권 보내서 대통령의 의견을 받아보자는 것이었다.

출판업자는 책을 들고 대통령을 찾아갔으나 대통령은 매우 바빠서 책을 볼 시간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냥 “이 책은 나쁘지 않다.”라고 답했다. 출판업자는 나중에 이 책은 대통령도 호평한 책이라고 광고를 하였다. 책은 불티나게 팔렸다.

대통령은 그 사실을 알고 기분이 나빴다. 시간이 지난 후 출판업자가 다른 책 한권을 들고 대통령을 찾아갔다. 대통령은 그를 보자마자 “이 책은 보나마나 엉망이다”라고 평했다.

출판업자는 대통령이 혹평한 책이라는 광고를 했고 그 책도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갔다.

그가 세 번째 대통령을 찾아갔을 때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출판업자는 이렇게 광고했다. “대통령도 평가를 유보한 책이다.” 결국 이 책도 모두 판매됐다.

유명인을 기세를 빌리면 판매부진한 책도 최고로 잘 팔리는 책이 된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중국에서 행사를 할 때도 유명인 마케팅은 훌륭한 카드다.

지난 2000년에 인터넷 버블이 닥쳤을 때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서호논검’이란 인터넷 포럼을 개최했다.

그는 IT계의 유명인사를 중국 저장성 항저우로 불러 모을 방안을 고민했다. 당시 마윈은 잘나가던 소후닷컴의 장차오양이나 시나닷컴의 왕즈둥, 왕이의 딩레이 등 거물을 초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알리바바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거의 없었던 마윈은 IT계의 유명인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아주 기발한 방안을 찾았다.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가장 유명한 무협 작가를 불러다가 서호논검의 사회를 맡긴 것이다.

마윈은 어려서부터 진융의 무협지를 보면서 자랐다.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을 빠져 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서호논검도 진융의 무협소설 중에서 얻은 영감으로 만든 행사였다.

그러나 진융의 팬이라는 고리만으로 그를 회의 사화자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마윈 자신도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마윈은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마윈과 진융은 한번 만났던 인연은 있었기 때문이다.

마윈은 홍콩에서 진융을 한 번 만났다. 알리바바의 본사를 홍콩에 둔 적이 있었는데 그는 당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진융을 좋아하는 우상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참석했던 한 기자는 진융을 아는 친구가 있는데 마윈과 진융을 한번 만날 수 있게 연결해보겠다고 했다. 농담으로 들렸지만 며칠 후 그 일이 성사됐다. 융지호텔에서 마윈은 그의 우상인 진융을 만났고 3시간 정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했다.

이런 인연으로 마윈은 진융을 모셔다가 서호논검 포럼의 사회를 맡기려고 한 것이다.

마윈은 성사여부가 불확실한 행사를 기획하면서 진융이라는 유명인을 배경을 삼으려 했고 마윈의 초청에 진융도 흔쾌히 승낙을 했다.

진융의 명성을 등에 업고 마윈이 기획한 서호논검은 바로 명성을 떨쳤다. 진융이 나타나자 백 여 개의 크고 작은 중화권 신문 방송에서 취재 경쟁을 펼쳤다. 그들은 진융을 취재하려고 항저우에 왔다가 알리바바와 마윈도 덩달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진융이 마윈과 알리바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첫 무대를 만들어준 것이다. 중국의 4대 포털 사이트 대표와 함께 한 마윈 입장에서는 거물 진융을 끌어들인 유명인 마케팅을 잘 펼친 셈이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정보에 항상 호기심을 느낀다. 명인과 연루된 일이면 사람들은 듣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유명인은 기업의 이미지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유명인도 잘 활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를 망가트릴 수 있다. 그래서 유명인을 이용하는 효과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고 세 번을 생각하고 후에 행해야 한다.

유명인을 기세를 활용할 때는 몇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유명인의 이미지와 걸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책과 대통령처럼 이미지와 상품이 서로 협력하여 돋보이게 할 수 있어야지 성공할 확률이 높다. 유명인은 대중인물이어서 상품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 유명인을 선택하면 바로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둘째는 유명인의 평판도 중시해야 한다. 하룻밤 사이에 상품 이름을 알리고 소비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유명세보다는 평판을 더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쉽다.

따라서 약방에 감초 같은 유명인은 피하는 게 좋다. 많은 상품을 홍보하는 유명인을 선택해서는 효과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름 있는 유명인은 여러 기업의 오퍼를 받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소비자에게 이미지가 선명하게 기억되지 않는 법이다.

[현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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