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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부리는 직원과 털어 놓는 사장님

2011.10.06 01:06

wildwolf

조회수 6,368

댓글 9

어려운 형편의 사업체이건, 잘 나가는 사업체이건간에
그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에게는 숙명적으로 데리고 살아야 하는 동거인이 있습니다.

바로 "위기 의식" 이라는 녀석이죠.

도무지가 떼어낼 수 없는 이 녀석 때문에 회사에서는 참 많은 일이 생겨 납니다.


위기의식을 가진 사장님의 다급한 마음이나, 빠르고 강하게 실천하고픈 의지를
직원들은 압박과 스트레스로 해석하곤 합니다.

사장님은 직원들이 지금 정말 급한 일은 따로 있는데, 각자의 방식을 고집 하거나,
변화를 거부할때를 경험하게 되면 사람에 대한 불신과 맘대로 되지 않는 사업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이외에도 위기의식을 지닌 쪽과 지니지 않은 쪽이 가지는 입장차이 때문에
서로간에 생겨나는 수많은 갈등들은 노사 관계를 점점 힘들게 만들고 회사 자체도 강하고 빠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체질로 점점 쪼그라들게 만듭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진심을 담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냉정하게 "고백" 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여기서 냉정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과정이 자칫 하소연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 입니다.
리더는 포근하고 자상한 면모를 갖출 수는 있을 지언정, 매달리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위급한 순간에 절대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자가 가장 진정한 리더이고,
그런 리더는 늘 담담하고 강해야 하기 때문 입니다.

어쨌든,
저는 고백의 방법을 썼습니다.
주요 직급의 직원들을 모아 놓고, 함께 현실을 직시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부채, 그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시기.
지금의 매출 흐름.
그리고 우리가 한푼의 매출을 일으키지 못해도 써야 하는 고정 비용의 무서움.
광고 효율, 구매전환율, 반품/교환/환불 비율등...

우리가 운영하는 사이트와 우리의 회사를 가장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숫자들을 공개하고 그 하나 하나가 어떤 의미인지 차근히 설명하고,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었습니다.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좋지 못한 숫자를 가지게 된것은 운영의 책임도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고객에게 팔리지 않는 상품을 보유 하고 있거나,
고객이 살 수 있는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내가 지금 잘나가지 못하고 있다면, 세상에게 선택 받고 있지 못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세상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면, 끝없이 러브콜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면 승승장구 하고 있겠죠.

편협되고 섯부른 확신이나 책임감도 위기의식도 없는 "만성적 열심 증후군"에 걸려
늘, 자신은 잘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결국 잘 될 것이다라는 생각에 빠진
우리 모두가 지금 분명 고객으로부터 "아니다! 너희는 틀렸다!" 라는 심판을 받고 있는 것임을
다함께 인정 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고백의 시간을 갖는 동안,
많은 직원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오래되어 나름 팀장 수준은 되는 사람들인데도 위기를 말하니 자기안위에 대한
걱정이 피어나기 시작한거죠. 짜증이고, 스트레일 수도 있겠구요.


그래서 그 다음엔 비전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고객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가고 있다는 사실을 여기서 분명하게 인정하기만 하면 된거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겐 앞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일들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것은, 정말 고객이 원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것을 모든 순간에 "가장 빠르게" 실천 하는 것이다.
우리 고객이 찾을 만한 다른 잘나가는 쇼핑몰에서는 어떤 물건이 베스트인지, 동대문 시장에선
지금 이 시즌에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보이고 있는지, 즉 정말 유행은 무엇인지 제대로 보자.
조금이라도 있는 단골고객에게는 전화를 걸어 우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고, 무엇이 아쉬운지 물어보자.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어떤 것을 더 갖추어야 하는지도 물어 보자.
그런 다음 그런의견과 자료를 함께 공유하고 의논해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가장 고객이 원하는대로 준비하자.

그러면,
그러한 행동 한가지를 할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지금 보다 더 벌게 되고,
또 그보다 더 벌게 되고, 결국엔 지금 이 위기가 발전의 계기였노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저는 확신을 품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현실에 대한 고백과, 비전에 대한 확신을 브리핑 했습니다.


어떻게 되었느냐구요?

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못견딘 몇몇은 얼마 안 있어 그만 두었고,
그때 함께 해준 직원들은 이제 회사의 가장 확실한 중고참급이 되어
위기에 강한 조직과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훌륭하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5년동안 여성의류 쇼핑몰 제이드의 컨셉을 3번 바꿨습니다.
모두 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고,
다행히 이제 앞으로는 이렇게나 자주 바꿀 필요는 없는 정도가 된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위 쇼핑몰이 모이는 자리를 가게 되면, 늘 한번씩은 이 때문에 질문을 받습니다.

제이드는 왜 늘 뭔가 잘나가는것 같을 때 컨셉을 변경하는 모험을 하느냐...
그러고도 안 망하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회사가 된 비결이 무엇이냐...

저는 대답합니다.
우리는 파란 신호등일때, 노란신호등이 아니라 빨간 신호등을 예측합니다.
그래서 빨리 변해야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변화를 기획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신속하고 빠르게, 또한 고객을 존중하며
변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버림 받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위기의식을, 기업이 당연히 함께 해야 하는 "친구"로 여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라고요...

농담이 아니라 진실 입니다.
제이드에서 위기는 일상 입니다.
그리고 고통은 성장에 필요한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또한 이런 생각들은 점점 우리 회사의 전통과 문화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감히 그래서 저는 우리는 가장 큰 매출을 일으키는 쇼핑몰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탐낼 수 밖에 없는 "가장 강하고 빠른" 조직이라고 자랑을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경영자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고,
직원은 오로지 자기가 맡은 일만을 바라보고 가던 회사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공개하고, 그것을 분명히 설명했던 시간, 바로 고백의 시간과
그 시간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비전을 세우는, 결심과 실천을 함께 다짐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작은 회사인 저희도 이렀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삼성의 예만 보아도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실천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수면 아래 가만히 있다가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위로 나와 가끔씩 회사 전체에 호통을 치곤 합니다.

그때는 어김 없이 늘 같은 대사 입니다.
"삼성이 잘 나가고 있다고? 앞으로를 위한 먹거리가 없다. 삼성은 지금 최대 위기다!!!"
"삼성맨이 일을 잘 한다고? 웃기지 마라, 평화에 찌들어서 벼랑끝에 선 줄을 모른다!!!"

회사를 "위기"라는 두렵고 예측할 수 없는 키워드로 흔들고,
그 흔드는 과정에서 옥석을 가리고, 빠르고 강한 행동력을 키우는 절묘함.

천하의 삼성도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지금 이 순간, 필요한 방법 입니다.

고백하고, 공유하고, 실천하기. 이것 말입니다. ^^
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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