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04년에 일반 소호사업자로 빙의하여

적었던 글인데.... 제가 적은 글이긴 하지만 지금 다시 봐도 가슴 절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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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할 때 종자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어하면서 마케팅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야... 그렇긴 한데...

상황이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에는 어떡하나?

창업자의 20% 이내만 성공한다고 하면 나머지 80%의 대부분이 그런 처지에 놓여져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돈 없으면 사업할 생각하지 마라고?

그래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첨부터 돈 없으면 사업할 생각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사업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보이는데,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거 말고 달리 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성실하게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임하면 어느 정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불황의 늪은 깊어져만 가고 소비자의 지갑은 열릴 줄을 모르니 이 어쩌란 말인가?

그나마 조금 있던 돈마저 창업비용으로 다 빠져 나가고 이젠 카드라도 돌려야 할 판인데...

돈 없으면 사업하지 말라고?

제기랄..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남들처럼 뻔지르하게 갖출 것 다 갖추고 나도 하고 싶다.

하지만 난 애초에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었다. 그게 바로 생계형 창업이다.

세상에 내 놓을 것이라고는 고민에 쌓여 운동도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불룩 튀어나온 배뿐이다.

내 배를 갈라라. 배를 째어라.

난 돈 없다.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 둘 수도 없다.

그렇다고 어디에서 돈을 구해와서 투자할 수도 없다.

내 행동이 모순된 거 안다.

내 행동이 답답한 거 나도 안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시름시름 피말라가며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뭔가 획기적인 것이 나타나지는 않나 생각만 하다가

결국 더욱 악화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아.. 모르겠다. 어쩌란 말인가.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쓸모가 없었나?

내 지능이, 내 지식 수준이, 나의 체력이 최소한 평균은 될 터인데

어찌하여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 아니 지금도 정말 남 못지 않게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난 지금 엉뚱한 길에서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닌데... 난 누구나 필요로 하는 상품을 팔고 있는데..

누구는 이 상품을 팔아서 부자도 되고 하는데, 왜 같은 물건을 팔고 있는 내게서 구매하지 않는 것일까?

설마.. 설마...

내가 잉여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