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임대는 월 50만∼100만원, 구매는 200만원 이상 협의 가능. 비싼 금액에 광고 용도로 사용할 블로그 딱 4개 구합니다.’

취미로 제품 후기, 여행 정보 등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말부터 이 같은 쪽지를 자주 받고 있다. A씨는 “쪽지를 차단하면 서로이웃 신청, 댓글 등으로 끈질기게 블로그를 사겠다는 연락이 온다”며 “최대 하루 4번까지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문화콘텐츠 관련 블로그 운영자인 허모(30·여)씨 역시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번에 걸쳐 블로그 매매를 제의받았다. 이후 진행 과정(사진)을 공유한 그는 “처음에는 제안에 혹했지만 블로그를 사고파는 것이 결국 개인정보 거래이기 때문에 응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허씨에 따르면 블로그 매매를 제의한 마케팅 업체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테스트글을 블로그에 게시해 키워드 검색결과 1페이지 4위 안에 노출되면 거래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블로거 허씨가 전달한 블로그 거래 진행 과정. 블로그 주인이 매매의사를 밝히면 문맥이 맞지 않는 테스트글을 작성케 한 후, 검색결과 검색 노출이 확인되면 거래를 진행한다. 테스트글 캡처.

대화 캡처

최근 바이럴마케팅 업체들의 ‘블로그 거래 요청’ 연락이 급증하면서 블로그 운영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에서 관련 검색을 해 보면 “블로그 매매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단가를 올리고 아이디를 바꿔가며 계속 연락해오는 탓에 피로도와 짜증이 밀려온다”며 마케팅 업체를 향한 경고성 게시글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털 검색 알고리즘 등이 진화하면서 기존 방식으로 블로그마케팅 영업이 어려워지자 블로그 거래 수요와 단가 모두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마케팅 업체의 은밀한 제안을 받은 블로거들은 “꾸준히 포스팅하며 신뢰도를 쌓은 양질의 블로그를 사들여, 처음부터 마케팅을 위해 블로그를 키워야 하는 수고로움을 피하려는 것”이라며 “남이 열심히 가꿔 온 블로그를 쉽게 돈으로 빼앗으려는 꼼수”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를 진성으로 하는 이의 콘텐츠가 먼저 올라오도록 알고리즘이 개선되면서 바이럴마케팅 업체가 돈을 주고라도 양질의 블로그를 사려는 시도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좀비블로그(의미없는 콘텐츠로 손쉽게 채운 저품질 블로그)로도 꾸준히 활동한 것처럼 속여 홍보할 내용이 검색 결과에 검색 노출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좀비블로그 100개를 만들면 그 중 검색 노출되는 10개로 블로그마케팅을 제의해 신규매장으로부터 돈을 받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패턴이 파악돼 저품질 블로그는 검색에서 제외된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양질의 블로그를 사들이더라도 이후 올리는 콘텐츠 질이 떨어지면 1∼2주일 안에 ‘저품질 블로그’로 감지된다. 잘 관리해 온 블로그를 팔아 넘기는 순간 이른바 ‘죽은 블로그’(저품질 판정을 받고 검색 결과에 절대 노출되지 않는 블로그)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바이럴마케팅 업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블로그 구매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이웃 요청

이 같은 포털사이트 계정 거래는 명백히 이용약관을 위반하는 행위다. 네이버 측은 관련 요청을 하는 아이디를 차단 및 신고하도록 안내한다. 하지만 이는 후발적 조치에 불과하다. 법적으로도 문제삼기 힘들다. 동작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타인 것이 아닌 자기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것이므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라며 “(계정거래를) 하지 말라고 권고는 하고 있지만 법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을 이용해 블로그 거래 요청글은 홍수를 이루고 애꿎은 블로그 운영자 피로도만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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