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당시의 제 의지와 다르게 어쩌다 마케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얼렁뚱땅 일하고 있는데 가면 갈수록 더 하기 싫어집니다. 일을 하면서 오히려 PM 쪽에 더 관심이 생겼는데 퍼포먼스 광고 관리하고 대행사랑 계속 연락 주고 받으면서 일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듭니다. (그 업무들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한 업무입니다.)

일 못 한다는 말은 당연히 듣기 싫었고 내채공 때문에라도 혼자 배우면서 일해왔고, 또 중간에 좋은 상사도 만나서 또 여러모로 배우면서 얻은 건 많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지칩니다. 대표가 원하는 지표에 계속 맞추려다 보니 최근 제가 균형을 잃고 일을 해왔다는 게 느껴졌고 현타가 오면서 일이 더 안 되는 악순환에 놓인 듯 합니다. 제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상사는 저에게 일을 맡겼는데 생각보다 잘 안 풀려서 화나고 스트레스 받고 여러모로 잘 안 됩니다.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면 좋겠는데 스타트업은 변수도 너무 많고 저에겐 다소 과한 자율성에 상사가 있다고 해도 이끌기까지 해야 하니 어렵습니다. 상사와 몇 번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조율을 해보고자 했지만 이제는 마음이 더 이상은 남아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기력만 느낍니다. 다른 직무로 이직을 해야 할 타이밍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건 권태기가 아니라 그냥 참고 일했던 것에 한계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